학교후배랑 개축보러 갔다가 자취방까지 가게된썰
2024-08-20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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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나 예전에 대학교 3학년때 개랑직관 엄청 열심히 다닐 때 얘기임.
그때 여자친구가 대학교 1학년때 내가 교양수업 듣다가 너무 예뻐서 꼬셔가지고 사귀던 애였거든.
맨날 금테안경에 삼선슬리퍼만 신고 교양수업 들어오는데, 아무것도 안꾸몄는데도 너무 예뻐서 같이 조별과제도 하자 하고 밥먹자 하고 열심히 들이대서 사귀었지. 그래서 막 군대도 기다려주고 중간에 한번 헤어지기도 하고 난리법석을 피우면서 사귀었음.
근데 이 친구 만날 때 가장 좋았던 게 뭐냐면,
교회를 되게 열심히 가는데 나한테 전도를 절대 안 했다는 거야.
그러니까 나는 맨날 얘 수요예배랑 주말예배 갈 때 개축보러 갈 수 있었음ㅋㅋㅋㅋ개꿀이지ㅋㅋㅋㅋㅋ
사실 빅버드 몇번 데려가려고 했었는데, 애가 좀 성격이 여리여리해서 개랑 분위기를 무서워하고 별로 안좋아했음.
그래서 막 취미를 같이 공유하고 그러진 못했지.
아무튼 그날도 수업 끝나자마자 FA컵 봐야 해서 학교에서 바로 사당역가서 버스타고 빅버드 쏠라고 열심히 가는데,
낙성대역에서 과 후배를 만난거야. 이 여자애가 나랑 2학번 차이인데, 맨날 나한테 형, 형, 선배 선배 하면서 쫓아다니고 맨날 나 놀리고 그랬거든. 생긴건 귀여운데 너무 꺠발랄하고 맨날 나만 보면 놀리고 뭐라 해서 내가 좀 싫어했음...
근데 지하철에서 나한테 여자친구 만나러 가냐는 거야.
그래서 아니다 나 타과CC인거 알지않냐. 만날거면 학교에서 만나지 뭐하러 쟈철타고 가겠냐.
나 축구보러 가는거다. 닭껍질 입고있잖슴? 하면서 사당에서 후다닥 내릴라고 했음. 어차피 낙성대 사당은 바로 옆이니까
근데 얘가 갑자기 '나도 갈래요!' ㅇㅈㄹ 하는것임...
아니 XX아 나 지금 상암 가는거 아냐... 수원가는거야... 너 여기서 거기까지 한시간반 걸려
그랬거든
그랬더니 바로 옆이네! 이러면서 지 축구장 꼭 가보고 싶었대 맨날 과 오빠들 축구보러가는데 재밌다는데 한번도 안가봤다면서
그래가지고 계속 따라오는거임
그래서 결국 빅버드까지 가서... 현장가서 그래도 본다고 따라왔는데... 티켓끊어주고 맥주한캔 사주고 같이 경기봤지
얘가 포항 사람인데 마침 그낭 포항경기였거든
근데 내가 좀 오지랖이 있고 그날그날 뭐 입으면 좋을까 기분따라서 결정하려고 닭껍질을 여러개 들고 다녀요.
그래서 남는걸 하나 줬음. 09 송종국 황금패치 마킹을 하나 경기볼때 입으라고 줬어.
그리고 경기 보는데 아무것도 모르면서 열심히 응원가 따라부르면서 보는거임 너무재밌다면서 이사람들 미쳤다고
좀 기분이 묘하더라. 여자친구는 맨날 자기 축구 재미없다면서 나 경기장 가는거 안따라가주는데 얜 진짜 잘놀더라고.
비오는데도 걍 신경도 안쓰고 N석에서 열심히 소리지르면서 욕하고 보는거야ㅋㅋㅋㅋㅋ
그래서 '얘가 좀 내가 몰랐던 구석이 있구나' 했지. 그래서 평소에 좀 싫어하던거 맘이 많이 풀렸음.
맨날 뭐만 하면 잘 알지도 못하는 내 여자친구 어쩌구 들먹거려서 되게 싫었는데, 그냥 애가 본심은 착하구나 싶어서.
근데 시발 문제가 생김.
연장전을 가버리고 승부차기까지 가버렸어...
이겨서 기분은 존나 좋은데, 일단 승차 끝나고 좋다구 방방 뛰었는데,
파컵 끝나고 연장승차까지 다 하면 거의 10시반이잖아.
나는 학교근처에서 자취를 하는게 아니라 통학하기 때문에 집에 가는데 엄청오래걸려...
승차 끝나면 만세삼창하자마자 바로 개같이 뛰어서 가야지 막차를 안놓쳐요...
근데 또 그렇다고 포항에서 올해 처음 서울 올라온 애를 너혼자 자취방 가라고 수원에서 빠빠이하고 헤어질순 없잖아.
그래서 열심히 버스타고 같이 서울로 올라감... 대충 수건으로 빗물 닦고 버스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갔어.
그리고 자취방 근처까지 데려다주고 이제 갈라는데,
애가 내 백팩 손잡이를 갑자기 뒤에서 팍 잡으면서,
'오빠, 차 끊긴거 나 다알아요.'
이러는거임.
그래서 아 그냐.. 나 택시타면 된다... 그러면서 대충 24시 맥도날드에서 잘생각으로 얼른 들어가라 했지.
그랬더니 자기 방에서 오늘 자고가라는 거임...
근데 그러면 안되잖아 여자친구 있는데...
그러면 안되는데.. 그냥 오늘 너무 재밌게 같이 축구보고, 재밌게 얘기하고 맥주 마시고 (여자친구는 독실해서 술 한방울도 안마심) 그랬던 게 생각나면서
속으로 '아 얘도 가만보니까 애가 괄괄해서 그렇지 예쁘긴해' 그런 병신같은 생각이 드는거임...
그러면서 븅신같이 자취방으로 홀린듯이 따라들어갔음...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뭐가 어떻게 됐는지 그냥 자세히는 기억이 안나는데,
누가 먼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씻었고... 땀나고 비맞았으니까...
그리고 자긴 침대에서 자겠다면서 바닥에 이불깔아주는데... 그리고 불끄고 누웠거든
오만생각이 다들지. 그래 그냥 이렇게 조용히 자고 내일 아무일없이 헤어져야겠다. 그냥 잠만자고 가는거지. 이불도 따로 깔아줬는데 내가 이상한생각 하면 안되지 하면서 억지로 자려고 노력했음.
근데 한참 있다가 부스스 하면서 애가 내려와서 등뒤에 눕더라고.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오빠 저 이거 그냥 제가 하고싶어서 하는 말인데요. 신경안써도 돼요.'
'저 오빠 여자친구 있는거 알고, 언니 잘은 모르지만 진짜 좋은사람인거 오빠한테 들어서 알아요.'
'근데 저 오빠 평소에 되게 저한테 잘해줘서 좋아했고... 그래서 오늘 싫다는데 따라간거에요.'
'오늘 그냥 대답 안해줘도 괜찮아요.'
'저 오빠랑 다음주에 축구보러 수원 또 가고싶어요.'
이러는거야...
나는 머리가 새하얘져서... 이걸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싶어가지고...
'XX아, 근데 우리 그러면 안돼. 우리 다음주에 수원 못 가'
그랬지 꾹참고...
그러니까 대체 왜안되냐고, 언니가 그렇게 좋냐고 하면서 등뒤에서 우는거야..
그래서 나도 말이 터져나올라는 걸 꾹 누르고....
'다음라운드 원정경기야... 수원에는 경기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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