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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털리고도… 그는 마닐라 카지노를 기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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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시죠? 저는 부산서 왔어요." 흰색 티셔츠를 입은 깡마른 남자가 블랙잭 게임을 하는 한국 관광객 옆에 달라붙어 말을 걸었다. 관광객이 돈을 따면 더 신난 것처럼 보였다. 재떨이를 갖다주고 음료수가 떨어지면 대신 종업원을 불렀다. 그렇게 30분쯤 관광객 수발을 들던 남자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돈을 다 잃어 비행기표 값이 1000페소(약 2만5000원) 모자라는데 도와달라"고 했다. 원하던 돈을 얻자 서둘러 자리를 떴다. 하지만 그가 향한 곳은 다른 게임기 앞이었다.


나흘 뒤인 28일 밤 마닐라의 솔레어 카지노에서도 50대 한국인 남자가 기자 주위를 서성거렸다. 그는 "500페소만 빌려주실 수 있겠느냐"고 했다. "사실 마닐라에 온 지 3개월 됐는데, 돈이 다 떨어졌어요. 하루 자는 데 200페소, 먹는 데 300페소가 드는데 좀 도와주시면…."


필리핀 마닐라의 시티 오브 드림스(City Of Dreams) 카지노 입구. 이곳에선 도박하러 왔다가 돈을 탕진하고 구걸로 연명하는 한국인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필리핀 마닐라의 시티 오브 드림스(City Of Dreams) 카지노 입구. 이곳에선 도박하러 왔다가 돈을 탕진하고 구걸로 연명하는 한국인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필리핀 카지노에 도박하러 왔다가 가진 돈을 다 날린 뒤 현지 카지노들을 서성대며 '구걸'로 연명하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기자가 솔레어 카지노에서 만난 남자의 말에 따르면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마닐라의 호텔 카지노는 6~7군데다. 이들 카지노 주변에서 100명 넘게 이런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로 마닐라에서 유흥가가 밀집해 있는 말라테 지역의 허름한 여인숙에서 지낸다고 한다. 이런 여인숙들은 과거 필리핀 선원들이 묵던 숙소다. 1박(泊)에 120~180페소면 몸을 뉠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이미 국내에 있는 가족이나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려 쓸 만큼 쓴 상황이어서 돌아갈 비행기 삯은커녕 끼니를 때울 돈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인숙 방세도 못 내는 이들은 노숙자 쉼터로 흘러든다. 마닐라에서 한국인 노숙자 쉼터를 운영하는 '필리핀 112'의 이동활 대표는 "최근 5년간 150명쯤 되는 한국인이 노숙자 쉼터를 이용했는데, 상당수가 도박 폐인"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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