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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빗장' 풀자 태국 총리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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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관광지 명성 위해 카지노·리조트 짓는 태국

낮은 카지노 세율·부가가치세 면제 등 규제 완화





37개 첨탑 ‘철의 궁전’(로하 프라사트)으로 불리는 태국 방콕 ‘왓 랏차낫다람’(오른쪽)과 황금산 사원으로 유명한 ‘왓 사켓 랏차워라 마하위한’(왼쪽) 불교 사원.[사진 태국전시컨벤션뷰로(TCEB)]



동남아 제1의 관광시장 태국이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오픈 카지노’가 포함된 대형 복합리조트(Integrated Resort·IR) 개발에 나선다. 카지노 합법화와 관련된 행정 절차와 사업자 선정을 연내 마무리해 2029년까지 약 4조원 규모 대형 복합리조트를 최소 5개에서 최대 8개까지 ‘원샷’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전체 투자 규모만 최소 20조원에서 30조원이 넘는다. 복합리조트 개발의 선두주자인 싱가포르와 마카오는 물론 최근 개발이 본격화한 일본(약 11조원), 아랍에미리트(UAE)(약 5조원)를 능가하는 규모다. 샌즈(Sands), 엠지엠(MGM) 등 글로벌 기업들의 ‘골드러시’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카지노세 17% 부과…마카오·필리핀·일본보다 낮아


태국 정부는 지난 4월 의회가 의결한 오픈 카지노가 포함된 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 개발 계획을 채택했다. 재무부를 중심으로 16개 정부 부처와 기관이 참여한 특별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르면 이달 중 세부계획을 확정한 후 행정부급 위원회도 설립할 예정이다. 훌라푼 아몬비바트 재무부 차관은 “위원회는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각 부처 장관이 위원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태국이 복합리조트 개발에 나서기로 한 건 낮은 화폐 가치와 물가의 한계에서 벗어나 수익률 높은 관광 수입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2019년 역대 최대인 3980만명(세계 8위)이던 외래 관광객은 지난해 70%(2815만명) 수준까지 회복됐다. 하지만 수입은 340억달러(약 47조원)로 이전 610억달러(약 84조원)의 56% 수준에 그쳤다. 전체 국가 경제에서 연간 12%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관광수입이 줄면서 같은 기간 태국의 공공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58%까지 급증했다.


스레타 타비신 태국 총리는 올해 4월 초 카지노 합법화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자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잃어버렸던 시간과 기회를 되찾게 됐다”며 환영 메시지를 남겼다. 이어 “복합리조트가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를 공급하고 관광산업 진흥은 물론 불법 도박 완화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태국 정부는 복합리조트가 연간 120억달러(약 16조원)의 추가 관광수입을 안겨 연평균 1.2%포인트(p)의 GDP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지노 합법화를 주도한 태국 의회에선 외래 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비용이 50% 넘게 늘어 연간 최대 166억달러(약 23조원)의 관광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1990년대 초 태국 방콕과 푸켓, 파타야에 진출하며 시장을 선점한 하드락을 비롯해 샌즈와 엠지엠, 겐팅, 갤럭시 등 글로벌 기업들의 이목도 태국으로 쏠리고 있다. 기업들은 태국이 불안한 정치 리스크에 대한 안전장치만 마련된다면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태국 정부가 내세운 투자 조건이 워낙 파격적이어서다.


현재 태국 정부는 복합리조트 개발·운영사에 20년간 사업권을 보장하는 대신 게임 총수입(GGR)의 17%를 카지노세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소 1000억바트(약 3조8000억원) 투자 조건에 카지노 비중을 전체의 5% 미만으로 제한하는 조건이다.


카지노세만 놓고 보면 싱가포르와 비슷하고 마카오(40%), 일본(30%), 필리핀(25%)보다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태국 정부는 여기에 더해 토지 소유 요건을 완화하고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태국 동북부 도시 나콘라차사서 2029년 11월 10일부터 2030년 2월 28일까지 ‘자연과 녹지: 녹색 미래를 구상하다’를 주제로 열릴 예정인 국제 원예 박람회 ‘코랏 엑스포 2029’((Korat Expo 2029) 행사장 조감도.[사진 태국전시컨벤션뷰로(TCEB)]





복합리조트 개발로 지역 관광·마이스 활성화


태국의 복합리조트는 싱가포르, 마카오 등이 앞서 개발한 리조트와는 다른 ‘하이브리드’(Hybrid)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태국 정부가 전시컨벤션센터, 쇼핑몰, 공연장 등 복합시설 개발에 더 많은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태국 정부는 이미 연간 4000만명에 육박하는 관광객 수용이 가능한 호텔·리조트 등 기반을 갖춘 만큼 복합리조트 개발을 시너지 극대화 계기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복합리조트 한 곳당 최소 투자 규모를 일본의 절반 아래인 4조원 안팎으로 줄이면서 속도전에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복합리조트가 들어설 후보지로 방콕을 제외한 지방 도시들이 거론된다는 점도 이같은 예상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현재 복합리조트 개발 후보지로는 동부(파타야·라용·촌부리·차층사오)와 남부(푸껫·팡아·크라비), 북부(치앙마이·치앙라이·람팡), 북동부(농카이·우돈타니·콘캔·나콘차랏시마) 도시들이 거론되고 있다.


모두 스레타 정부의 핵심 정책인 전국 단위 인바운드 관광 활성화를 위한 교통·물류 인프라 확충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들이다.


복합리조트 개발에 맞춰 방콕 이외에 제2, 제3의 관광·마이스 도시 육성을 위한 작업에도 착수했다. 태국 국무총리실 산하 전시컨벤션뷰로(TCEB)는 지난해부터 북부 휴양도시 치앙마이를 1년 내내 축제가 열리는 글로벌 축제도시로 만드는 연중 캠페인(12 Months 12 Festival Themes)을 시작했다.


올 3월엔 북동부 나콘랏차시마에 전세계 관광객 400만명 방문이 예상되는 ‘2029 국제 원예 엑스포’ 유치에도 성공했다.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 주최로 2029년 11월 10일부터 2030년 2월 28일까지 넉 달간 열리는 이 행사는 국제박람회기구(BIE)가 주관하는 세계박람회(등록·인정 엑스포)와 함께 세계 3대 박람회에 속한다.


복합리조트 개발로 태국 마이스 산업도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무엇보다 방콕의 뒤를 이을 제2, 제3의 마이스 도시 등장을 기대하고 있다. 태국의 수도 방콕은 국제컨벤션협회(ICCA)가 집계하는 국제회의 개최 순위(ICCA 랭킹)에서도 2015년 이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2014년 싱가포르(7위), 베이징(14위), 서울(15위), 도쿄(22위), 시드니(25위)에 못 미치는 29위(73건)에 머물던 방콕은 이듬해 도쿄와 베이징, 시드니를 제치고 10위권(16위·103건) 진입에 성공했다. 2018년엔 서울까지 앞지르며 사상 처음 세계 10위(135건)에 이름을 올렸다. 2022년 팬데믹 여파로 주춤했지만 지난해 다시 순위를 15위(88건)로 끌어올렸다. 


이와 관련 태국정부관광청(TAT)과 전시컨벤션뷰로는 올해 초 2027년까지 외래 관광객 8000만명을 유치, 관광·마이스의 GDP 비중을 20%까지 확대하는 등의 목표가 담긴 관광·마이스 산업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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