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강원랜드가 '규제혁신'으로 기사회생을 꾀하고 있다.
최악의 고객 외면적인 카지노라는 지탄을 받고 있는 강원랜드는 코로나 앤데믹 2년이 지났지만 주가가 1만 5000원대로 추락할 만큼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고객 친화적’인 온라인과 사설카지노 및 해외 원정 등 불법도박으로 VIP를 비롯한 상당수 고객들이 강원랜드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즐거운 게임을 위해 고객들이 카지노에 입장하지만 입장순간부터 고객들은 불편과 스트레스가 쌓이게 된다. 하루 전 ARS신청과 추첨을 거쳐 입장권을 구매한 뒤 신분증을 제시하는 절차를 거친 뒤 좌석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과 인내가 필요하다. ⓒ프레시안
특히 강원랜드에 치명타를 가할 일본 카지노가 오는 2030년 개장하고 필리핀과 마카오, 싱가포르 카지노들도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강원랜드는 바람 앞의 등불신세다.
여기에 ‘관광대국’ 태국에 이어 ‘사막의 신기루’ 두바이까지 오는 2027년 신개념의 카지노리조트 개장을 준비하는 등 카지노가 관광산업의 ‘불랙홀’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문화체육관광부 등 카지노 감독기관은 합법 사행산업에 규제폭탄을 퍼부어 도박중독자 양산과 불법 사행산업 성장을 부추기는데 혈안이라는 지적이다.
폐광지역 경제회생이라는 설립취지를 외면하는 정책당국이 불법을 조장하고 합법을 위축시키는 일등공신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연말 취임한 최철규 강원랜드 대표이사 직무대행(부사장)이 규제혁신과 경쟁력 강화로 돌파구를 찾겠다고 밝혔다.
매출총량제와 최악의 게임환경, 출입일수 등 각종 규제를 ‘재앙’으로 판단한 경영진이 강원랜드의 규제를 어떤 묘책으로 축출해 낼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본지는 강원랜드 규제혁신 강구에 앞서 전문가와 날카로운 눈썰미를 가진 고객들의 목소리를 인터뷰 시리즈 형식으로 연재한다.(편집자 주)
◇이기원 게이밍협회 고문 “과몰입 도박장 분위기…고객친화적 게임장으로 바꿔야”
-강원랜드 위기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기원 한국게이밍전문인협회 고문. ⓒ이기원
“정부는 강원랜드에 사회적 비난이 발생할 때마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강제해 왔다. 도박중독자 양산이란 사회 문제가 제기되자 베팅금액을 시작으로 출입일수와 영업시간 등을 합리적 근거도 없이 규제의 칼을 들었다. 이는 카지노산업의 현실을 무시한 전형적인 탁상공론이자 행정편의주의적 정책이다. 또 코로나 팬데믹이 계기가 되어 고객들은 온라인도박과 사설도박장에서 고객 친화적인 게임을 경험했다.
강원랜드에 실망한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과도한 시간과 불편을 감수하면서 강원랜드에 올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더 심각한 문제는 주변 경쟁국들이 카지노를 핵심관광산업으로 육성하면서 고객의 니즈에 맞는 신종 게임의 도입, 편의시설의 증설 및 실효적인 고객서비스 제도의 도입 등으로 강원랜드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필리핀, 베트남, 마카오 등에서 한국 고객의 비중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한다는 공식 통계자료가 증명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일본 오사카에 글로벌 카지노 기업인 MGM의 초대형 복합리조트 오픈이다. 접근성, 초호화 시설, 일본 특유의 서비스 정신과 MGM의 비교우위 경영기법이 시너지 효과를 감안하면, 강원랜드는 몰락할 수 있다.”
-위기 타개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절실했던 폐광대책이란 공익적 설립 목적에 충실하면서도 자본주의 질서 속에 존재하는 기업의 일원으로서 주주 이익도 균형 있게 중시하는 공기업의 모습을 구현해야 한다. 강원랜드에 부과하는 조세 및 준조세 관련 제도의 합리적 개선과 함께 카지노 영업에 관련한 과도한 규제는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과감하게 개선되어야 한다.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우선해 강원랜드에 대한 국민 여론을 우호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이는 실질적인 다각적 지역 상생의 실천으로 지역주민의 사랑을 얻고, 심각한 사회 문제인 도박중독자의 예방과 치료를 실효적으로 선도하는 등의 선행 조치를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강원랜드 리조트단지 입구 교차로에 적색등이 켜져 있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출입 강원랜드 카지노가 규제폭탄과 동남아 카지노와의 경쟁력 상실로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프레시안
-강원랜드에 대한 이미지는?
“오직 도박장이라는 이미지만 보인다. 이는 해외 카지노와 달리 과몰입을 부추기는 카지노 영업장 환경 탓이다. 현 상태로는 수요보다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고객이 선호하는 게임 종목과 좌석을 선택할 권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계 어떤 카지노에서도 볼 수 없는 기이한현상이다. 카지노 영업시간도 하루 20시간으로 제한되어 카지노 문을 닫기 전에 승부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도박중독 예방과 치유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강원랜드의 현제 시스템과 환경을 바꾸지 않고서는 도박장 이미지를 지울 수 없다. 강원랜드의 현주소는 호랑이를 그리려다가 고양이를 그리고 말았다는 점이다.
-고객들이 강원랜드를 외면하는 이유는.
“한 마디로 지상 최악의 카지노다. 직원들의 대고객 서비스 마인드, 콤프제도 등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독점적 지위가 23년 이상 지속되면서 현실에 안주한 탓이다. 여기에 공기업 특성이 보태지면서 강원랜드 임직원들이 이런 심각한 문제점을 별로 인식하지 못하는 점이 더욱 안타깝다. 다음으로는 카지노 영업장 문제다. 소정의 비용을 지불하고 오락을 즐기려는 고객 입장에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게임을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강원랜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이런 문제는 국내외 어떤 곳에서도 경험할 수 없다. 강원랜드는 코미디 수준의 문제투성이라고 생각한다. 고객들은 카지노에 입장하면 원하는 게임을 편하게 즐길 수 있고 최상의 서비스도 보장받고 싶어한다.”
-정부당국의 감독과 규제가 필요악인가.
“카지노라는 사행업종에 대한 감독과 규제는 일정부분 필요하다. 그러나 그 정도가 강원랜드처럼 심각한 수준에 도달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허기기준을 정했으면 기본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영업시간, 베팅 수준, 출입일수, 출입연령(현 19세를 23세 이상으로) 등은 투명한 공론화 절차로 사업자의 자율성을 보장해 줘야 한다. 매출을 제한하는 규제는 사회주의적 발상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최악의 게임환경으로 고객들이 강원랜드를 외면하고 사설도박장과 온라인 카지노로 내쫓고 있다는 사실을 정책당국은 각성해야 한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설립 전(2006년) 합법은 12조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불법은 10조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사감위 발족이후 합법은 23조(2022년)로 매출이 1.9배 가량 증가했으나 불법은 300조원으로 무려 30배 이상 급증했다. 이 수치는 합법을 규제하는 바람에 풍선효과로 불법만 엄청나게 팽창한 것이다. 정부 당국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강원랜드 규제혁신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강원랜드 규제혁신이 성공할 수 있을까?
“기대반 우려반이다. 신임 경영진이 취임과 동시에 규제혁신을 강조하고 TF팀을 만들었다는데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사기업과 공기업을 모두 경험한 입장에서는 강원랜드가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경험상 공기업의 조직 생리가 기득권에 안주하며 변화에 저항하는 타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경쟁력 특위에 외부 전문가의 목소리가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기업 조직이란 최고경영진의 혁신 의지와 실행력이 규제혁신과 경쟁력 강화의 관건이라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대통령실 비서관을 지낸 최철규 대표이사 직무대행의 혁신 의지가 강력한 만큼 규제개혁을 통한 강원랜드의 획기적 변화와 발전을 기대하며 성원을 보낸다.”
▲강원랜드 카지노에 입장하기 위해 아침마다 ARS 3500번 이하 고객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프레시안
강원랜드 경쟁력 강화에 ‘이런 혁신을~’시리즈 첫 인터뷰 대상으로 이기원 (사)한국게이밍전문인협회 고문을 선정했다.
그는 카지노 기업인 파라다이스에서 경영기획, 마케팅, 영업 부분의 고위직과 교육원장 등을 역임했다. 한 마디로 딜러직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직무를 경험한 카지노 전문가이다.
또한 한국관광공사의 카지노사업 자회사인 GKL에서 경영혁신 담당 임원, 홍콩 주대복 그룹의 영종도 복합리조트 사업을 추진했던 한국법인인 CTFK의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마카오 IGAMIX Consulting Ltd.의 한국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으며, 전현직 카지노 종사자와 관광학과 교수 등으로 구성된 전문인협회 설립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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